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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영 학술세미나 단상

관리자 10.10.12 조회수  7387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래전 세경1팀 아이디로 인사드렸던 김정호입니다. 

그간 세경연의 이런 저런 일들을 도와왔는데, 그 중 하나였던 세계경영 학술세미나가 드디어 15일 개최됩니다. 한국경영학회가 주관하는 관계로 많은 회원들께서 참석할 수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국내 최대의 학회와 함께 공동개최한다는 점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될 것 같습니다. 19일 열리는 창립 1주년 기념 모임에서도 우리측 발표자이신 이상훈 운영위원께서 다시한번 요약 발표를 하실 예정이니 그 때 많이 참석하셔서 한번 들어보셨으면 합니다.

 

요즘 저는 고전 원전읽기에 빠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성리학의 대가 주희와 여조겸이 편찬한 ‘근사록(近思錄)’이 재미있군요. 근사록은 위 두 사람이 성리학의 선도자 네 명의 저술을 읽고 그 중에서 ‘일상 생활에 절실한 글들’을 채록하여 초학자들을 위한 입문서로 편찬한 것이라고 합니다. ‘근사’는 논어에서 따온 말로 ‘가까운 일에서 생각한다’라는 뜻이니 담긴 내용이 지금 읽어도 매우 실용적일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공자의 제자인 안회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저기 나온 글들 중에서 관련된 내용만 모아 쉽게 풀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제자 중에서 누가 학문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공자는 이에 대해 ‘안회란 사람이 학문을 좋아하였는데 불행히도 명이 짧아 일찍 죽었습니다. 지금은 그와 같이 학문을 좋아하는 이를 찾아보기 힘듭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공자는 안회라는 제자를 매우 아끼고 좋아했던 모양입니다.

 

어떤 이가 공자에게 묻기를, ‘성인의 문하에는 배우고자 하는 무리가 3천명에 이르는데, 성인께서는 안회만이 학문을 좋아한다고 하십니다. 3천 제자들이 모두 시, 서, 육예를 익혀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안자만이 학문을 좋아한다고 하시면 안자가 좋아하던 학문은 어떤 학문입니까?’

 

이에 대해 공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학문의 도란 먼저 무엇을 키워나갈 것인지를 마음 속에 명확히 하고 그것을 실천하여 반드시 도달하고자 노력하는 데에 있다.’

 

이 말은 곧 ‘분명하게 아는 것으로부터 실천하려는 성실함이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근사록은 적고 있습니다.

 

공자가 안회를 칭찬하여 이르기를, ‘하나의 선을 얻으면 정성을 다하여 받들고 그것을 가슴에 담아 결코 잃지 않았다. 또한 화가 나도 그것을 다른 자리에 옮기지 않고, 잘못을 두 번 반복하지 않으며, 선하지 않은 일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다시는 행하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독실하게 믿고 좋아한 학문의 방도였다.’

 
‘따라서 안자가 노력한 것은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勿),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자는 안회를 칭찬하면서도 그가 궁극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성인은 생각하지 않아도 얻고, 힘쓰지 않고도 중도를 행한다. 안회는 반드시 생각한 뒤에 얻고, 반드시 힘쓴 뒤에 중도를 행하니 그와 성인 사이에는 한 숨 정도의 거리 차이가 있다. 그는 지키는 단계까지만 이르렀고 완전히 변화된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하였다. 그가 학문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몇 년만 더 살았다면, 오래지 않아 그도 변화하였을 것이다.’

 

저는 이 대목에서 갑자기 대우가 떠올랐습니다. 안회가 BC521년에 태어나 BC490년에 죽었으니 꼭 31년을 살았습니다. 대우는 67년 창립되어 99년에 그룹이 해체되었으니 32년을 살았던 셈이군요. 저는 대우에 재직하는 동안 대우야말로 기업정신으로 보나 경영활동으로 보나 가장 앞선 회사라고 자부했었습니다. 공자가 안회를 칭찬했듯이 우리 사회도 진지한 노력을 이어가는 대우를 당연히 칭찬하고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평가들이 신문에 나오면 자랑스럽고 뿌듯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공자가 그렇게 칭찬해 마지않는 제자 안회에 대해 ‘미처 성인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죽었다’고 하니 좀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대우는 과연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던 것일까요? 대우도 그렇게 일찍 해체되지 않고 더 오래 살아남았다면 정말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요?

 

‘세계경영’은 대우가 새로운 경지에 이르고자 추진한 마지막 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세계경영 학술세미나 준비를 하면서 다시 그 당시 자료들을 찾아보니 실로 대단한 추진력과 성과를 담고 있더군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아마 그 때의 대우처럼 과감한 도전과 개척에 나서는 기업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열정을 바쳐 추진했던 ‘세계경영’은 지금이라도 한번쯤 전문적으로 조망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대우와 무관한 위치에 있더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우리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가 있다면 아직도 충분히 배우고 참고할 바가 많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대우사람들은 ‘세계경영’을 회고하면서 무엇을 느끼고 배움으로 삼아야 할까요? 이번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내로라하는 경영학자들과 대화해보니 그들은 세계경영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대우의 해체라는 확정된 사실에 근거해 ‘실패’라는 답변을 버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교훈’이라는 정서적 접근보다는 ‘객관적 평가’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우에 대한 사회의 냉정한 눈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세계경영의 성과 자체가 자랑이 아니라 거기에 담긴 정신과 실제 그 과정에 참여해 느꼈던 열정이 우리에게는 진정한 세계경영의 가치일 것이다.’ 비록 대우라는 우리의 일터는 사라졌지만, 거기에서 우리가 체험한 바는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우리만의 핵심역량이요 경쟁력일 것입니다. 공자님 말씀처럼 그 진정한 가치를 ‘가슴 속에 명확히 하고 매사에 그것을 실천하여 반드시 도달하고자 노력한다면’ 세계경영은 우리 대우가족 개개인에게서 다시 부활하여 ‘변화된 단계’에 도달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제 세계경영은 외부의 평가에 의해 정의되고 계승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를 위해 ‘분명하게 아는 것으로부터 실천하려는 성실함이 나온다’는 근사록의 가르침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과거의 명예나 자부심을 논하기에 앞서 세계경영의 진정한 가치를 분명하게 알고 가슴에 담아 작은 부분에서부터 성실하게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공자님의 안회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한번 새겨 들으며 저도 앞으로는 그렇게 되고자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공자가 안회를 칭찬하여 이르기를, ‘하나의 선을 얻으면 정성을 다하여 받들고 그것을 가슴에 담아 결코 잃지 않았다. 또한 화가 나도 그것을 다른 자리에 옮기지 않고, 같은 잘못을 두 번 반복하지 않으며, 선하지 않은 일을 정확하게 판단하여 다시는 행하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독실하게 믿고 좋아한 학문의 방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