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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불황은 IMF불황

관리자 10.04.09 조회수  11783

작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에서 유명세를 더하고 있는 신장섭 국립싱가폴대 교수의 새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전략) 당시 한국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의 상당 부분이 부실투자였다고 규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예를 들어 한보철강이나 대우자동차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부실투자' 사례였는데 다시 살펴보자. 한보나 대우가 대규모 투자를 했던 것은 중국 등 신흥시장의 고속성장 가능성을 보고 벌인 일이었다. 이 혜안은 실제로 맞아 떨어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은 전세계의 철강을 빨아들였고 국내의 모든 철강회사들이 중국특수를 노렸다. GM이 인수한 GM대우도 신흥시장에서 소형차 수출 호조 덕분에 GM의 '현찰공급원(Cash Cow)'이 됐다. 미래를 내다본 산업자본가들의 투자판단이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이들은 단지 공격적 투자를 할 경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 유동성 관리에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낫다. 만약 1998년 당시에 이 투자자들을 '과잉투자' 혹은 '부실'로 규정짓지 않고 이번 금융위기 때처럼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해주면서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게 해줬다면 과거 조선산업이나 반도체산업과 같은 성공신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1998년에 부실채권이 많아진 것은 부실이 많이 있었다기보다는 '유동성 위기'를 '부실'로 규정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1998년 세계경제가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이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던 것은 'IMF불황'이었다고 이름붙일 수 있다. 

<명제4>를 상기해보자. 국제 금융자본가들의 입장에서는 한국경제가 외환위기에 처했을 때에 이를 단순히 '유동성 위기'로 규정짓고 돈만 추가로 빌려주면 얻을 것이 별로 많지 않았다. 반면 이것을 '구조적 위기'로 규정짓고 대폭적으로 구조조정을 시키면 얻어낼 것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 한국 정부는 당시의 정치경제적 여건에서 이 '구조적 위기론'에 동의했고 이를 한국경제의 정사(正史)로 만들어 갔다. 이번 금융위기 때에 BIS비율 규제를 오히려 강화한 것은 그동안 국제금융시장의 몸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스스로 만들어 놓은 정사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금융전쟁, 한국경제의 기회와 위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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