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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한국투자증권,국내최초선정'21세기한국최고의CEO

관리자 10.05.04 조회수  8110


2008년 10월 3일 오전 10시15분. 4% 넘게 오르며 상승 출발했던 미국 애플 주가가 갑자기 곤두박질쳤다. 전날보다 5.4%까지 밀리며 95달러 선이 무너졌다. 연중 최저치로 가라앉았다. 485억 달러가 순식간에 증발했다.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애플이 상장된 미국 나스닥 시장에 특별한 일도 없었다. 전쟁이나 테러 위협도 없었다.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의 건강 이상설이었다. 같은 시각, 미국 CNN이 운영하는 시민 저널리즘 사이트 ‘아이리포트(iReport)’에 “잡스가 심장마비로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이 뉴스에 주가가 요동친 것이다. 곧 애플의 홍보 담당 부사장이 나서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소용없었다.

CEO에 따라 주가가 움직인 대표적 사례다. ‘CEO 주가’란 말 그대로다. 중앙SUNDAY는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CEO 주가를 종합 분석했다. CEO 주가란 게 진짜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알아봤다. 대상은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기업의 CEO로 한정해 이들 가운데 ‘21세기 한국 최고의 CEO’를 꼽아봤다. 전문 경영 능력을 비교해 보기 위해 대주주나 대주주의 친인척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내 CEO 주가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근본을 파고드는 질문 공세
미스터Q(Question·질문). ‘21세기 한국 최고의 CEO’ 1위로 꼽힌 정연주(60) 삼성물산 사장의 별칭이다. 그는 2003년 2월부터 2010년 3월까지(금융감독원 대표이사 공시 기준) 삼성엔지니어링 CEO로 근무하는 동안 3000원 선에 머물던 주가를 12만원 선으로 끌어올렸다. 시장 효과(코스피지수)를 감안해 구한 연평균 주가 상승률(단리 계산)이 500%에 육박한다.

실적도 눈부시다. 정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 부임 당시 1조1300억원이던 매출을 지난해 4조원까지 불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9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 수주 실적을 올렸다. 업계 1위다. 재임 기간 동안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20%를 웃돈다.

성공은 바닥에서 시작할수록 더 빛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비상이 그렇다. 10여 년 전만 해도 중공업·테크윈과 함께 삼성그룹 내 ‘미운 오리 3인방’으로 불릴 정도였다. 19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의 한파는 동남아 석유화학 플랜트 시장에 집중하고 있던 삼성엔지니어링을 동사(凍死) 지경까지 몰고 갔다. 돈줄이 막힌 동남아 국가들이 플랜트 설비 투자를 줄였고, 업체들은 그나마 있는 계약이라도 따내기 위해 수주 단가를 경쟁적으로 낮췄다.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졌고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나’는 절망감이 회사 안팎에 만연했다.

그런 회사에 2003년 정 사장이 부임했다. 그는 76년 삼성그룹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딘 후 줄곧 삼성에서 커 온 정통 ‘삼성맨’이다. 안국화재 경리과를 시작으로 삼성물산 경영지원실 재무 담당 임원을 지내는 등 20여 년을 경리부문 부서에서 일해 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힌다.

조직의 체질 개선을 위해 정 사장은 근본을 파고들었다. “부실 프로젝트의 원인은 뭘까”부터 질문했다. 당시 그는 “그때는 수주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오히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프로젝트 관리를 제대로 못해 되레 돈을 까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답을 찾기까지는 아예 수주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1년여 동안 임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그래서 생긴 별칭이 ‘미스터Q’다). 새벽 1시에 전화를 걸어 임원들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부실의 원인이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있다는 답을 얻어 회사의 시스템을 바꿨다. 전 세계 각지에 걸쳐 있는 현장과의 거리를 좁혔다.

정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항상 ‘학습’을 강조했다. 회사의 경쟁력은 개인의 경쟁력에서 나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직원 개개인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조직과 회사가 초일류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장이 나서자 사내에는 자연스럽게 독서 커뮤니티와 스터디 그룹이 생겨났다. 이런 경영 스타일은 삼성물산으로 옮겨서도 여전하다. 정 사장 부임 후 삼성물산에는 영어 배우기와 독서 열풍이 불었다.

회사의 변화를 누구보다 확신하기 때문에 정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 CEO 시절 자기 회사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회사 성장을 책임진 리더로서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는 “퇴사할 때까지는 한 주도 팔지 않겠다”고 했단다. 그리고 약속을 지켰다. 지금도 그는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6만7540주를 보유하고 있다. 취득 단가는 1만5000~6만원. 평균 4만5000원 수준으로 평가차익만 44억원에 이른다.

업적을 자랑할 법도 한데 언론에 인터뷰 한 번 제대로 나온 적이 없다(이번에도 “회사가 아니라 CEO 개인이 부각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며 기사에 언급되는 것 자체를 꺼렸다). 회사 관계자는 “곁에 가면 델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외부를 향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겸손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CEO로서의 성취 이외에도 이런 겸손의 미덕이 삼성그룹에서 장수하는 또 다른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승부수
2위에 오른 김범수(44) 전 NHN 대표는 게임포털 한게임 창업주다. 삼성SDS 재직 당시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이 퀴즈 응모에 열중하는 것에서 영감을 얻어 한게임을 창립했다. 이후 네이버와 합병해 NHN을 탄생시켰다. NHN 성장의 역사는 국내 인터넷과 포털의 폭발적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NHN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2002년 10월부터 김 전 대표가 물러난 2006년 12월까지 주가가 1400% 가까이 올랐다.

3위인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지낸 박정인(67) 전 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72년 현대차 원효로사업소에서 당시 사업소장이었던 정 회장을 만났다. 이후 현대자동차써비스와 현대정공, 현대모비스를 거치면서 정 회장과는 30년이 넘는 인연을 맺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박 전 회장은 사업구조조정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교과서식 해법을 제시했다. 글로벌 대형 부품 전문회사로의 변신을 꿈꾸며 관련 없는 사업은 모두 정리했다. 대신 당시로선 생경했던 모듈화 방식(자동차 부품을 블록 단위로 한꺼번에 조립하는 것)을 채택해 영업이익률을 높였다. 연구개발(R&D)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자동차 생산 방식에서 혁신을 주도했다. 그 결과 97년 부임 당시 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590억원, 180억원에 그치던 회사를 2004년엔 연간 6070억원의 영업이익과 748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바꿔놓았다.

박 전 회장은 주주 중시 경영 마인드를 가진 최고의 CEO로 평가된다. 그룹 총수에게 행여나 누를 끼칠까봐 언론에 나서는 것을 꺼리지만 주주들을 향해서는 목소리를 높인다. 현대모비스 정도면 재무 담당 임원(CFO)이 해도 되는 기업설명회(IR)를 직접 챙겼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했다. 박 전 회장이 2005년 대표이사직을 내놓는다는 소식에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모비스의 주가 전망을 어둡게 보는 보고서를 쏟아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CEO인 정성은(62) 기아차 부회장도 코스피지수 대비 연평균 주가를 213% 높여 4위에 랭크됐다. 그는 74년 그룹에 입사한 뒤 외길을 걸었다. 국내외에 자동차 공장을 짓고 생산하는 것을 총괄하는 ‘생산기술’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3월 기아차 대표이사로 등재된 후 ‘디자인 기아’ 이미지를 앞세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포르테·쏘울 등 신차가 인기를 끌었고 최근 선보인 K7은 대박 조짐이다.

‘범현대맨’과 ‘대우맨’ 강세
5위를 기록한 차석용(57) LG생활건강 사장은 평직원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성장한 샐러리맨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85년 미국 P&G 본사에 입사한 이후 P&G-쌍용제지, 한국P&G, 해태제과 등에서 CEO를 거쳤다. 2005년 차 사장 부임 당시만 해도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 부문에서의 높은 지명도나 시장 점유율에도 화장품 부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는 ‘진짜’ 돈이 되는 사업에 집중했다. 매출만 늘고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해외 주문자상표부착(OEM) 수출이나 저가 브랜드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대신 68만원짜리 최고가 제품을 출시하고 빅모델을 써서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했다.

또 음료회사인 한국코카콜라보틀링과 화장품업체 더페이스샵 등을 인수해 기업의 체질을 바꿨다. 지난 5년간 LG생활건강의 매출은 연평균 16%,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34%씩 성장했다. 매출은 2배, 영업이익은 4배가 됐다. 2만원대였던 주가는 30만원대로 올랐다. 현재까지 CEO직을 맡고 있는 이들 가운데서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그를 ‘M&A의 귀재’ ‘미다스의 손’ 등으로 부른다.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에서 한국 주식 운용을 맡고 있는 김태우 전무는 “경영자의 능력을 중시해 발굴한 회사가 LG생활건강”이라고 말할 정도다. 증권사에서 투자은행(IB)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보통 기업의 인수합병(M&A) 얘기가 나오면 부정적인데 차 사장의 경우엔 예외”라고 말했다.

‘톱10’에 오른 인물 가운데는 범 현대가(家) 인물들이 눈에 많이 띈다. 대개 조선·자동차·철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 부문 기업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해 한 우물을 파 CEO 자리까지 올랐다. 6위 최길선(64) 전 현대중공업 사장이 그렇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72년 조선소 기공식이 열리던 해에 현대중공업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현장에서만 30여 년을 보낸 조선 전문경영인이다. 2001~2004년과 2006~2009년엔 현대중공업 CEO를, 2004~2006년엔 현대미포조선의 CEO를 맡았다. 그는 수행원 없이 하루에 수차례씩 수십만 평에 달하는 작업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선박 수리 업체이던 현대미포조선을 완성 선박 제조 업체로 바꿔 주가를 업그레이드시켰다. 2004년 1만원 선에 그치던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2007년 11월에는 4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최고의 CEO 10위에 오른 이용도(62) 전 현대제철 부회장도 74년 현대자동차써비스에 입사한 이래 평생을 현대차 그룹에만 몸담았다. 그가 CEO였던 2006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숙원이었던 당진 일관제철소를 착공했다.

7위 이태용(64) 아주그룹 부회장과 8위 손복조(59) 토러스투자증권 사장은 ‘대우맨’이다. 97년 외환위기와 99년 대우채 사태로 공중 분해된 대우그룹의 명예 회복을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힘썼다. 이 부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의, 손 사장은 대우증권의 부활을 이끌었다.

9위 한수길(69) 전 롯데제과 사장은 롯데제과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딘 후 이곳에 반평생을 보냈다. 제과업계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일 처리가 꼼꼼하고 실속을 챙기는 전형적인 ‘롯데맨’으로 알려졌다. 경영 환경을 안전하게 이끌고 원가 구조를 개선해 회사의 가치를 높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고란.권희진.심서현 기자 

중앙SUNDAY <제164호> 기사 내용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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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만나는운도 CEO능력
<21세기최고 CEO들의특징>
 ‘최고경영자(CEO)의 재임 기간과 주가 상승률은 비례한다’.
2000년 이후 최근까지 국내 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100개 종목 기업에 1년 이상 재직한 최고경영자(CEO)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다. 7년여간 삼성엔지니어링에 일하면서 주가를 3700% 끌어올린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이 대표적이다. 재임 기간이 7년 이상인 경우 시장 효과(코스피 지수 상승률)를 감안한 연평균 상승률이 59%에 달했다. 5년 이상~7년 미만인 경우엔 58%, 3년 이상~5년 미만은 23%, 1년 이상~3년 미만은 13%에 그쳤다. 특히 CEO로 일한 기간이 2년 이상~3년 미만일 경우에 시장 효과를 빼고 계산한 연평균 상승률은 10%에도 못 미쳤다.

물론 성과가 좋아서 계속 CEO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CEO가 자주 바뀌지 않는 기업이 좋다’ ‘대표이사 관련 공시가 자주 안 나오는 기업이 좋다’는 증시 속설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조사 대상 CEO 가운데선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인원 롯데 정책본부 사장(롯데쇼핑 대표이사),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등 4명이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CEO 자리를 지켰다. 구학서 신세계 회장은 올 3월 중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아깝게 4명에는 들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 지난 3월까지 주가를 900% 넘게 끌어올리며 전문 경영인으로서 신세계의 ‘신세계’를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조사 기간 CEO 자리를 가장 많이 맡은 사람은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이었다. 그는 삼성증권·우리금융지주·KB금융지주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지난해 9월 KB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물러난 뒤 올 1월에는 차병원 부회장에 선임됐다. 재임 기간 성적은 엇갈렸다. 삼성증권 사장 재직 시 코스피 지수가 39% 오르는 동안 삼성증권 주가는 31% 하락했다. 증권업종 지수(-24%)보다 더 빠졌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에 있을 때는 주가를 200% 가까이 밀어올리며 금융업종 지수의 두 배, 코스피 지수의 세 배 가까이 주가를 높였다.

때를 잘 만나는 것도 CEO의 능력이다. 업황이 활황이고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 CEO를 맡았던 이들은 좋은 성적을 거뒀다. 증시가 바닥을 찍고 크게 오르기 시작할 무렵인 2005년 즈음 취임한 CEO들의 주가 상승률이 대체로 높았다. 반면 시장이 꼭지를 찍었던 2007년 말과 2008년 초 CEO를 맡은 이들은 업종을 막론하고 성과가 좋지 않았다. 김익환 기아차 대표이사가 그런 롤러코스트를 탄 대표적 인물이다. 2005년 3월~2006년 3월 그가 사장 재임 중일 때에는 주가가 38% 올랐다. 그러나 2008년 3월~2009년 3월 부회장을 맡았을 때는 주가가 4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각각 31% 오르고, 35% 내렸다.

그렇다고 CEO의 영향력을 간과해선 안 된다. CEO가 기업을 잘 이끌면 주가는 반응한다.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사장이 좋은 예다. 손 사장은 2004~2007년 대우증권 사장을 맡았다. 한때 업계 5위까지 떨어졌던 회사는 손 사장 취임 1년 만에 업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그의 재임 기간 중 주가는 535% 올랐다. 같은 시기 증권업종 주가 상승률(267%)의 두 배를 웃돈다.

CEO 재임 기간 중 외국인 지분이 많이 늘어난 경우에도 주가가 많이 올랐다. 외국인 지분이 40%포인트 이상 늘어난 회사의 주가는 시장 효과를 빼고도 연평균 100% 넘게 올랐다. 반면 외국인 지분이 줄어든 기업은 주가가 20% 안팎 오르는 데 그쳤다. 능력 있는 CEO가 기업 가치를 높이고, 이에 따라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이고,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가 오르는 선순환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리서치센터장은 “부임한 기간의 업황이나 경영 여건을 무시할 순 없지만 비슷한 조건에 있는 경쟁사들의 실적을 보면 CEO의 경영 성과를 판가름할 수 있다”며 “투자할 때는 재무 지표 이외에도 CEO에 대한 사항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권희진.심서현 기자
 중앙SUNDAY <제164호> 기사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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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치공시뒤져 CEO 240선정
<어떻게조사했나>
고란·권희진·심서현 기자 | 제164호 | 20100502 입력
지난해 말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이 발행하는 경영 전문지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를 선정했다. 1995년부터 2007년 사이에 임기를 시작한 주요 글로벌 기업 CEO 1999명을 대상으로 재임기간 실적을 평가했는데,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2위를 차지해 화제가 됐다. 1위는 미국 애플의 스티브 잡스였다.

성공한 CEO를 평가하는 기준은 재임 기간의 주가 상승률이었다. 기업의 경쟁력은 매출액·영업이익·순이익, 브랜드 이미지를 비롯한 무형자산 가치 등에 따라 결정된다. 이들 지표를 모두 반영하는 것이 주가다. 주가는 기업 경쟁력의 종합예술지표라고 볼 수 있다. 곧 재임기간 주가를 얼마나 높였느냐는 그 기업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끌었느냐를 비교·평가할 수 있는 잣대란 얘기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기준에 따라 CEO를 평가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흔히들 CEO에 따라 주가가 결정된다고 하지만 정말로 그런지는 입증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본지와 한국투자증권은 재임기간 연평균 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21세기 한국 최고의 CEO’ 선정에 나섰다.

먼저 대상을 골랐다. 올 3월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가운데 우선주(삼성전자우·현대차2우B)나 펀드(맥쿼리인프라), 자회사 실적에 따라 주가가 좌우되는 지주회사(사업 지주회사는 제외, LG·SK·GS·두산·LS·한화·CJ)는 빼고 90개 기업을 추렸다. CEO는 이들 기업에 2000년부터 2010년 3월 말까지 1년 이상 지낸 인물을 대상으로 삼았다.

CEO 임기는 등기부등본상 대표이사로 등재된 날을 기준으로 했다. CEO로 내정된 날이 아니라 이사회 등을 거쳐 CEO로 선임된 날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사장이라고 하더라도 대표이사가 아닐 경우엔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퇴임 날짜는 다음 CEO 선임일로 잡았다. 자료는 지난 10년간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수집·분류했다.

전문 경영인의 실력을 평가하기 위해 대주주나 대주주의 친인척은 빼고 조사했다. 대표이사가 여러 명인 경우엔 사장 이상 직급(부회장·회장 등)에 해당하는 인물만 선별했다. 2000년 이전에 취임한 CEO는 2000년 이후 재임기간이 1년 이상일 때, 2000년 이후 상장한 기업의 CEO는 상장 후 재임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에 한해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그 결과 총 240명이 평가 대상에 선정됐다. 240명 CEO의 재임 기간 주가 변동률은 2000년부터 올 3월 말까지로 한정해 산출했다. 예를 들어 2000년 이전에 취임했다고 할지라도 2000년 1월부터 사임일까지의 주가 상승률만을 계산했다. 주가 상승률은 재임 기간 단순히 주가가 얼마나 올랐나 뿐만 아니라 코스피지수 및 같은 업종 지수와 비교한 상승률도 구했다. 순위는 재임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뺀 주가 상승률의 연평균 값(단리 적용)을 기준으로 삼았다.

고란.권희진.심서현 기자
중앙SUNDAY <제164호> 기사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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