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대우인
운동권 출신 사원들 세계경영 선봉에 섰다
관리자 09.07.21 조회수 6310
대우, 입사2년 평가“성공작”…오지근무 자원 등 일처리 적극
현재 대우자동차에는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는 비공개조직이 하나 있다.
바로 부평 본사의 「세계경영 기획팀」. 특수임무를 띤 일종의 「태스크포스(Task Force)팀」으로 지난 6월초 발족됐다.
구성원이래야 4명에 불과한 초미니 팀이지만 회사내에서의 관심은 대단하다. 무엇보다 팀 명칭부터가 심상치 않다. 「세계경영」은 대우그룹의 화두라 할 만큼 핵심 개념이기 때문. 명칭에서 모종의 중요임무를 부여받았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이 팀은 김태구회장의 특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활동내용도 곧바로 회장에게 직보된다고 한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팀원들의 면면이다. 전원이 이른바 「운동권출신 특채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94, 95년에 걸쳐 김우중회장의 특별지시로 선발된 운동권 출신 90여명 가운데 엄선된 직원이란 얘기다.
이들이 그룹 주력사인 대우자동차의 거시적, 장기적인 정책 대안을 연구하고 비전을 모색하는 일을 맡고 있는 것이다.
대우그룹 관계자들은 이 팀의 발족이야말로 「특채자」들이 대우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그룹 상층부에서 이들을 신뢰하기 시작했고 기대 역시 각별하다는 상징이라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점에서 이 팀이 구성됐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대우차의 한 특채자(32)는 『대우차가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수뇌부에서는 위기상황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이런 시점에서 운동권 특채자 출신의 기획팀이 구성 됐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대우가 운동권 특채자들을 대거 선발했던 94, 95년도 위기의 시점이었다. 특히 자동차가 최악의 상황에 몰렸던 시기였 다. 이런 와중에서 김우중회장은 유례없는 운동권 대거 특채를 단행해 재계는 물론 노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선발된 90여명 중 90% 이상이 30대 초반의 서울대 출신이었고 신분도 고시준비생 학원강사 노동운동가 등으로 다양했다. 이 중에서 그룹이 사활을 걸다시피한 대우차에만 60여명이 배치됐다. 특채에는 김우중회장의 독특한 「실용주의」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공격적인 세계경영을 추진하는데 적합한 인재라면 운동권이든 누구든 가리지 않겠다는 특유의 경영철학이 운동권 특채라는 발상을 낳았다는 것.
세계경영은 운동권출신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은 김회장의 판단은 상당부분 적중한 것 같다. 실제로 운동권 출신들이 적극 적인 자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일반 공채자들은 특히 해외오지 근무를 꺼리는 경향이 많은데 운동권 출신들은 오히려 자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83학번 특채자인 김 모씨의 경우 남들이 기피하는 대우 루마니아 공장에 자원, 현재 동구권을 누비고 있다.
이들을 해외경영의 주력군으로 삼겠다는 김회장의 전략은 일단 성공한 셈이다.이들이 입사한 2년 동안 대우차가 비약적인 발전을 한 사실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물론 이들이 입사하는 바람에 대우가 좋아졌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운동권 특채자들 의 역할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회사측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우그룹 비서실 관계자는 『공식평가가 내려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고 말한다.
회사내의 일부 부정적인 선입견도 거의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초기에는 『운동권출신이 노사분규를 주도할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높았지만 지금은 쑥 들어간 상태다. 대우차의 82학번 특채자(33)도 『이제는 개인의 능력과 성실성으로 판단하지, 어디 출신이냐는 잣대로 일방적으로 재단하는 분위기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생산현장에 배치된 특채자들도 대부분 생산직 직원과 융화를 잘하고 있다는 평이다. 초기에는 노조와 직접 맞서는 「악역」을 맡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았지만 현실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회사측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채자 이모대리는 『처음에는 노조에 시달려온 대우가 노무관리차원에서 운동 권을 특채했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근무해보니 전혀 근거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이들의 회사생활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특채자들끼리 간혹 있는 모임이 은밀히 이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결같이 『아직은 살얼음판을 걷는 생활』이라고 토로한다. 하지만 현재의 직장을 「좋은 직장」으로 만들겠다는 열정과 포부는 여전하 다는 평이다.
「세계경영 기획팀」이 그 기폭제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실제로 이 팀이 마련 중인 정책대안은 특채자들의 의견 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직이 운동권출신의 의견을 수렴하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통로가 없어 문제를 야기한 적도 있다.
올 1월의 「유인물 사건」이 대표적인 예. 작년말 노동관계법 날치기통과의 여파로 민노총 등이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대우차에도 긴장감이 감 돌았다. 이런 시점에서 일부 특채자들이 『날치기통과는 정권이 저지른 불법이고 악법은 개정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 회사가 중대한 시기에 있는 만큼 총파업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돌린 것.
당시 회사측은 이런 「집단행동」에 대해 징계를 검토하기도 했으나 결국 「충정」을 참작해 불문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대우의 실험은 아직 평가를 내리기가 어렵다.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김우중회장이 사석에서 『특채자들은 조직 장악력도 뛰어나고 열성적으로 일한다』 『경영진으로 성장할 재목도 많다』는 말을 한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는 성공적으로 보인다.